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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퍼시픽 림] 거대 괴수 vs 인간의 희망

by 하디픽 2025. 5. 13.

영화 퍼시픽 림 포스터 (출처 : 씨네 21)

영화의 기본정보

개봉일 : 2013.07.11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1분

감독 : 길예르모 델 토로

주연 : 찰리 허냄(롤리 베켓 역), 론 펄먼 (한니발 차우 역), 찰리 데이 (뉴턴 가이즐러 역), 기쿠치 린코 (마코 모리 역), 이드리스 엘바 (스태커 펜테코스트 역)

평점 : 7.68/10


영화 퍼시픽 림 스틸컷 (출처 : 씨네 21)

영화의 줄거리 : 인류의 마지막 희망, 예거와 파일럿의 전투

2013년 8월, 태평양 심해에 '브리치'라는 차원문이 열리고  '카이주'라는 거대 괴수들의 침공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뉴스 보도와 영상으로 카이주의 첫 등장과 이들이 파괴한 도시에 대해 보여줍니다. 미군은 6일간의 전투와 핵무기 사용 끝에 간신히 괴수를 제거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마닐라, 카보 산 루카스, 시드니 등 태평양 연안 도시들이 차례로 카이주의 공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카이주는 더 자주, 더 강력한 개체가 출몰하였으며, 세계 각국은 개별적인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이들은 이전에 없었던 큰 위협 앞에서 그동안의  갈등은 잊고, '범태평양 방위군단(PPDC)'을 설립하게 됩니다.

 

PPDC은  '예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것은 카이주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거대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모델인 '브래블러 유콘'부터 시작해, 각 국가는 자국의 기술력과 특성을 반영한 예거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예거는 두명의 파일럿에 의해 조종되는데, 그들은 '드르프트'라는 기술을 통해 서로의 신경계를 연결하여 부담을 분산하고, 이를 통해 예거를 공동으로 조종하는 시스템입니다. 드리프트 상태가 되면 파일럿들은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2020년, 미국의 예거 '집시 데인저'의 파일럿 형제 롤리 베켓과 옌시 베켓은 알래스카에서 카이주 '나이프헤드'와 조우합니다. 격렬한 전투 중 집시 데인저의 외피가 뚫리면서 조종석 내부로 침입한 카이주에 의해 형 옌시가 죽임을 당합니다. 드리프트 연결 상태였던 롤리는 형의 죽음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홀로 예거를 조종해 알래스카 해안까지 귀환합니다. 이 사건은 롤리에게 깊은 트라우마을 남겼고, 그는 예거 프로그램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5년 후, 롤리는 알래스카 해안 방벽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인류는 예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생명의 벽'이라 불리는 거대한 방벽을 통해 카이주로 부터 인류를 보호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거 프로그램의 책임자 스택커 펜테코스트는 롤리를 찾아와 그를 설득하고, 홍콩 기지인 '샤터돔'으로 불러들입니다. 그의 계획은 남은 예거 네 대로 차원문에  핵폭탄을 투하해 문을 영원히 폐쇄하는 것입니다. 롤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펜테코스트의 딸이자 예거 기술자인 마코 모리와 파트너가 되기로 합니다. 이들은 첫 신경 연결에서 마코의 어린 시절 도쿄 습격에 대한 기억과 롤리 형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교차되며, 두 인물 사이에 유대가 형성됩니다. 

 

한편, 샤터돔의 카이주 연구 부서에서는 신경생물학자 '뉴턴 가이즐러'와 수학자 '허먼 고틀립'이 카이주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대립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카이주를 분석합니다. 그러던 중 뉴턴은 카이주의 뇌 조각과 직접 드리프트를 시도하는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였고, 이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카이주는 개별 생명체가 아닌 '선구자'라 불리는 외계 종족이 만든 무기였고, 지구 침공은 치밀하게 계획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뉴턴이 이 정보를 전달하기 전, 두 마리의 대형 카이주가 홍콩을 공격합니다. 첫 실전에 투입된 롤리와 마코는 홍콩 항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입니다. '체르노 알파'와 '크림슨 타이푼' 역시 전투에 참전하지만, 체르노 알파는 대형 카이주에게 파괴되고 파일럿들은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크림슨 타이푼'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중국인 파일럿들 또한 모두 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집시 데인저'는 두 카이주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 전투로 인해 예거 절반이 손실되고 작전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급하게 예거 조종사를 구할 수 없었던 예거 프로젝트의 책임자 펜테코스트는 자신이 직접 '스트라이커 유레카'의 공동 파일럿으로 참여할 것을 선언합니다. 수정된 작전은 '스트라이커 유레카'가 핵폭탄을 운반하고, 집시 데인저가 이를 호위하는 것입니다. 태평양 심해의 브리치에 도착하자마자 대형 카이주를 포함한 세 마리의 카이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격렬한 전투 중 '스트라이커 유레카'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고, 펜테코스트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와 호주 파일럿 척 한센은 '스트라이커 유레카'를 자폭시켜 두 마리의 카이주를 제거하고, 롤리와 마코에게 핵폭탄 없이 임무를 완수할 기회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집시 데인저'는 마지막 남은 카이주를 처치하고 차원문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선구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더 많은 카이주를 지구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시 데인저'의 산소 시스템이 파손되어 두 파일럿의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자, 롤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는 마코를 탈출 포드에 탈출시키고, 자신은 예거의 핵을 과부하 시켜 차원문을 폭파하기로 합니다. 브리치는 폭발과 함께 무너지고, 롤리는 예거의 두 번째 탈출 포드에 간신히 탑승해 탈출에 성공합니다. 탈출 포드에 탑승한 두 사람은 모두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며, 카이주 침공은 마침내 끝이 납니다.

 

영화는 카이주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남게 되었음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영화 퍼시픽 림 스틸컷 (출처 : 씨네 21)

기존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영화와 퍼시픽 림의 차이 분석

시적인 판타지에서 직진형 SF로 : 영화적 정조의 대전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대표작들인 '판의 미로', '헬보이', '호빗' 등은 모두 깊이 있는 감정선과 상징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들 영화에서 델 토로 감독은 인간의 고통, 상처, 성장 같은 복잡한 내면을 녹여냈으며, 감정을 시각화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퍼시픽 림'에서는 이전의 영화와는 다르게 정서적 흐름이 옅어지고, 전형적인 SF 블록버스터 장르의 규칙에 충실한, 직선형 스토리로 전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캐릭터의 내면이 아니라 세계를 구하기 위한 전투와 임무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서에서 구조로, 상징에서 스펙터클로의 전환은 델 토로 감독을 잘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물의 의미 변화 : 존재에서 ‘기능’으로

델 토로가 창조한 괴물들은 항상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헬보이'의 주인공은 지옥에서 왔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졌고, '판의 미로'의 괴물들은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죽음과 억압,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괴물은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거나, 사회적 은유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퍼시픽 림'에서의 괴물, 즉 카이주는 단지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복잡한 감정이나 철학적 상징을 지니기보다는, 전투의 대상이자 스토리를 밀어가는 사건의 계기로 기능하였습니다. 퍼시픽 림의 '예거'나 '카이주'는 델 토로 감독이 지금까지 괴물에 부여했던 깊은 상징성이 축소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연출 미학의 변화 : 고요함에서 폭풍으로

델 토로 감독의 전작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 같았습니다. 고딕적인 미술 스타일과 어둡고 대칭적인 색채, 인물과 공간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은 관객에게 마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반면 '퍼시픽 림'에서는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현란한 CG를 앞세워 이전과는 다른 시각적 에너지를 극대화하였습니다. 카메라는 정적인 구도를 벗어나 로봇과 괴물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흔들리고, 전투 장면에서는 무게감 있는 사운드, 빛의 대비로 시각적 스펙터클을 창출하였습니다. 물론 예거의 중량감이나 카이주의 세밀한 피부 표현 등에서 여전히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지만, 이것은 정서적 몰입보다는 시각적 박진감을 주기 위한 표현 같았습니다. 이는 연출 방식의 진화라기보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인 것이라고 보입니다.

감정의 깊이와 드라마: 이질적 거리감

델 토로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중심에 놓는 감독이었습니다. '헬보이'에서 헬보이는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고뇌하고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이며, '판의 미로'의 오필리아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견뎌려고 했던 어린 소녀였습니다. 이처럼 그의 영화는 주인공의 감정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관객은 그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하지만 '퍼시픽 림'에서는 감정이 극의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드리프트'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 인간 간의 감정 공유를 시도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는 기능적인 역할로 존재하였으며, 이는 상황 전개의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델 토로 감독의 영화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인물과 정서적으로 거리를 느끼게 되었고, 감정의 몰입보다는 오락적 구경의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다르다'는 비판이 아닌 '변화의 흔적'

비록 '퍼시픽 림'이 델 토로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분위기나 메시지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델 토로 감독의 세계관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델 토로 감독이 자신만의 괴수 미학과 정서를 대중적인 스펙터클 안에서 어떻게 변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예거의 중량감, 괴수의 디테일, 드리프트 설정을 통한 감정 공유 등의 요소에는 여전히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집요함과 감성적 접근이 녹아 있었습니다. '퍼시픽 림'은 그가 처음으로 외부 세계의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이자, 상업성과 작가성을 절충하려는 도전이 담긴 작품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자세히 보면 여전히 델 토로다운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핵심정리 : 델 토로 감독의 외연 확장,  장르 도전기

항목 기존작품 (헬보이, 판의 미로, 호빗 등) 퍼시픽 림
장르 고딕 판타지, 동화적 상징 SF 액션 블록버스터
정서 내면 탐구, 정적인 감정선 외부 갈등, 역동적 구조
괴물 인간의 은유, 정체성 상징 전투 대상, 외부 위협
연출 회화적 미장센, 고요한 톤 스펙터클 중심, 동적 카메라
주제 전달 감정 중심, 상징적 이야기 서사 중심, 직관적 메시지

기예르모 델 토로 vs 마이클 베이 :  괴물을 바라보는 두 감독의 극과 극 미학

괴수는 누구의 것인가 :  같은 주제, 완전히 다른 세계관

괴수는 언제나 인간을 위협해 왔습니다. 그것들은 고대 신화 속의 존재, 혹은 현대 도시를 부수는 이형의 존재, 무의식 속 공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괴수는 더 이상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누가 그 괴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형상과 기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감독은 는 괴수를 '이해받지 못한 존재'로, 마이클 베이는 괴수를 '파괴해야 할 적'으로 그렸습니다. 괴수는 하나지만, 서로 다른 괴수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두 감독의 영화를 나란히 두고 비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델 토로 감독의 괴수 : 감정, 신화, 그리고 경계의 존재

델 토로는 괴수를 심리적 기호이자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그의 괴수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 혹은 내면에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 '판의 미로'에서는 괴물과 요정들이 한 어린 소녀의 상상 속 존재로 나타났지만, 이는 현실의 폭력과 공포에 맞서는 상상과 저항을 의미합니다.
    • 페일 맨, 폰 같은 괴물들은 어둡고 기괴하지만, 권력보다 도덕을 따르는 존재입니다.
    • 현실의 진짜 괴물은 오히려 파시스트 대위입니다.
  • '헬보이' 시리즈에서는 괴물이 '악마'지만 인간보다 더 도덕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 헬보이는 지옥에서 태어났지만 인간을 위해 싸우며,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입니다.
    • 괴수와 괴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곧 이방인과 타자를 대하는 인간성의 시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괴수: 폭발이자 오락

마이클 베이는 괴수를 철저히 스펙터클의 주인공으로 만듭니다. 그의 괴수(혹은 로봇)는 캐릭터의 감정보다는 파괴의 쾌감, 액션, 그리고 관객의 자극에 충실합니다.

  • '트랜스포머'시리즈에서 옵티머스 프라임, 메가트론, 디셉티콘은 윤리보다는 힘의 대결과 기계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이들의 전투는 철저히 액션 설계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오로지 쾌감 오락에 있습니다.

디자인의 철학 – 살아있는 존재 vs 기계적 변신

델 토로 감독은 괴수 디자인에 생물학적 질감과 신화적 스토리를 부여하였습니다. 그는 괴수를 통해 기괴함 속의 아름다움, 낯설지만 슬픈 존재감, 감정의 갈망과 같은 것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판의 미로'의 폰은 자연과 융합된 듯한 모습을 가지며, 피부와 뿔, 눈동자에 신비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 '헬보이'의 괴수는 마치 괴이한 동화 속 생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고통과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괴수들은 기계적 조형물의 미학으로 다룹니다. 이들에게 인간의 윤리나 감정은 없으며, 오로지 액션, 파괴, 블록버스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트랜스포머'는 기어, 전선, 금속판, 총기로 구성된 디지털 덩어리입니다. 변신 장면은 일종의 춤과 같으며, 감정보다는 화려한 CG와 편집 기술이 중심이 됩니다.

한쪽은 괴수에 '영혼'을 넣었다면, 한쪽은 괴수에게 '기계적인 엔진'을 넣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핵심정리 : 괴수를 바라보는 두 감독의 철학 비교

항목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마이클 베이 감독
괴수의 본질 무의식, 상처, 타인의 상징 시각적 파괴와 폭발의 주체
감정 서사 괴수와의 교감, 내면 성장 중심 인간은 서사의 연결 고리
디자인 철학 생물학적 질감, 신화적 존재 기계적 정교함, 금속의 미학
스토리 구조 정서 중심, 인간의 고뇌와 질문 액션 중심, 간결하고 직선적인 플롯
연출 스타일 잔잔한 미장센, 상징 중심 과잉된 카메라 워크, 시청각 자극
메시지 괴수는 이해의 대상, 인간의 거울 괴수는 적, 통제와 승리의 대상
감정적 여운 상실, 공포, 슬픔과의 화해 강렬한 액션, 순간의 전율

새로운 괴수와 인간, 기예르모 델 토로의 새로운 도전

'퍼시픽 림'은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무장한 오락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심층에는 인간의 연결, 상호 이해, 그리고 공동체적 희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거대 로봇과 괴수라는 아이콘을 빌려 인류학적 우화를 들려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수 있으며, 타자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진정한 연대를 이루어내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 속에서도 캐릭터의 정서를 잃지 않고 감독 고유의 예술적 감수성을 유지한 '퍼시픽 림'은 현대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입니다. 몸집만큼 심장도 크고 뜨거운 영화, 대중적 오락성과 작가주의적 비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델 토르 감독의 새로운 장르였던 것 같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 리뷰

[영화리뷰, 판의 미로] 마지막 신념을 지켜낸 소녀